기업용 AI의 병목이 모델에서 데이터로 내려오고 있다. 최신 LLM을 붙여도 사내 문서, 거래 데이터, 조직 관계와 접근 권한이 따로 놀면 답은 느리고 근거는 약해진다. 그래파이는 이 문제를 벡터·그래프·관계형 데이터를 한 엔진에서 처리하는 AkasicDB 1.0으로 풀겠다고 나섰고, 2026년 7월 제품 출시와 155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가 겹쳤다. 지금 이 회사를 볼 이유는 “AI 데이터베이스”라는 이름보다, 연구 성능을 실제 기업의 반복 매출로 바꿀 시점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래파이의 가설은 간단하다. 기업 AI가 정확해지려면 문장의 의미만 찾는 벡터 검색에 그치지 않고, 사람·계약·설비 사이의 관계와 매출·날짜·권한 같은 구조화 조건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처리해 운영 복잡도와 응답 지연을 낮춘다면 분명 가치가 있다. 다만 공개된 고객 이름, 가격, 매출, 장기 운영 지표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기술의 가능성과 사업의 검증 수준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한눈에 보는 그래파이
- 설립·대표: 2022년 5월 설립, KAIST 전산학부 김민수 교수가 창업한 교원창업기업
- 핵심 제품: 벡터·그래프·관계형 데이터를 단일 DBMS에서 처리하는 AkasicDB 1.0과 이를 활용한 Omni RAG
- 현재 트랙션: 국방·제조·금융·통신 분야에서 PoC와 실증을 수행했다고 회사가 밝혔으나 고객명과 유료 전환 규모는 비공개
- 최근 투자: 2026년 7월 시리즈A에서 155억 원을 확보했다는 보도. 2024년 프리A 30억 원을 포함한 공개 보도 단순 합계는 약 191억 원
- 기업가치: 프리머니·포스트머니 밸류에이션 모두 공개되지 않음
- 핵심 비공개 지표: 매출·ARR·유료 고객 수·갱신률·구축 기간·쿼리당 비용·총마진·현금 소진 속도
그래파이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가?
그래파이(GraphAI)는 데이터베이스, GPU 컴퓨팅과 그래프 분석을 연구해 온 김민수 KAIST 교수가 2022년 설립한 딥테크 스타트업이다. 김 대표는 IBM에서 상용 DBMS 엔진 개발 경험을 쌓은 것으로 소개돼 있다. 연구실 기술을 논문으로 끝내지 않고 기업의 AI 데이터 계층으로 제품화하려는 회사다.
회사의 주력 제품 AkasicDB는 벡터 DB, 그래프 DB, 관계형 DB의 기능을 하나의 관리 시스템으로 묶는다. 벡터는 문장과 이미지의 의미가 비슷한 대상을 찾고, 그래프는 사람·회사·계약처럼 연결된 관계를 따라가며, 관계형 DB는 금액·날짜·상태 같은 정확한 조건을 거른다. 기존에는 이 기능을 서로 다른 데이터베이스에 나누고 애플리케이션에서 결과를 합치는 경우가 많았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AkasicDB 구조 보기
듀얼 스토리지, Traversal-Join 연산자, 벡터·그래프·SQL이 한 질의에서 움직이는 구조를 순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왜 데이터베이스를 셋이나 써야 했나?
사내 구매 담당자가 “최근 6개월간 납기 지연이 잦았고 특정 계열사와 지분 관계가 있으며 계약액이 10억 원을 넘는 공급사를 찾아줘”라고 묻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문서의 의미를 찾는 벡터 검색, 회사 간 연결을 추적하는 그래프 탐색, 날짜와 금액을 거르는 SQL 조건이 동시에 필요하다.
분리형 구조에서는 같은 데이터를 여러 저장소에 복제하고 동기화해야 한다. 질의도 각각 실행한 뒤 중간 결과를 네트워크로 옮겨 합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서버 비용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저장소가 늦게 업데이트되면 같은 질문에 서로 모순된 답을 내놓을 수 있고, 권한 정책을 각 시스템에 반복 구현해야 한다.
AkasicDB는 그래프 탐색과 관계형 조인을 하나의 비용 모델로 처리하는 Traversal-Join(TJ) 연산자, 목적에 따라 그래프와 관계형 조회 경로를 고르는 듀얼 스토리지, 그리고 벡터 유사도 검색을 한 실행 계획 안에 넣는다. 그래파이의 기술적 승부수는 새로운 검색 기능 하나가 아니라, 서로 다른 계산을 언제 어떤 순서로 실행할지 DB 엔진이 함께 최적화한다는 데 있다.
Omni RAG는 기존 RAG와 무엇이 다른가?
일반적인 RAG는 질문과 의미가 가까운 문서 조각을 찾아 LLM에 넣는다. 빠르게 구축할 수 있지만 관계와 조건이 복잡해지면 약점이 드러난다. “A사의 최대주주가 투자한 회사 중 규제 위반 이력이 있는 공급사”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는 질문은 문장 유사도만으로 정확히 찾기 어렵다.
그래파이는 벡터 의미, 개체 관계, SQL 조건을 함께 쓰는 방식을 Omni RAG라고 부른다. 회사와 KAIST 연구팀은 자체 평가에서 기존 벡터 기반 RAG보다 답변 정확도가 최대 78% 높았고, 조합형 Hybrid RAG 대비 처리 속도가 4.3~10.6배 빨랐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특정 데이터셋·질의·비교 시스템에서 나온 연구 및 회사 측 결과다. 모든 기업 워크로드에서 같은 개선 폭이 재현된다는 뜻은 아니다.
SIGMOD 데모 논문은 강한 신호지만 완성된 검증은 아니다
AkasicDB와 Omni RAG는 2026년 6월 데이터베이스 분야 국제학회 ACM SIGMOD에서 데모 논문으로 발표됐다. SIGMOD 공식 프로그램에도 KAIST와 그래파이 연구진이 공동 저자로 올라 있다. 앞선 기반 기술 Chimera는 국제 표준 LDBC Social Network Benchmark에서 비교 시스템보다 4~280배 빠른 결과를 냈다는 KAIST 발표도 있다.
이는 연구의 출처와 구현체가 있다는 좋은 신호다. 그러나 데모 논문 채택과 회사가 운영하는 상용 DB의 신뢰성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기업 고객은 논문 속 최고 속도보다 장애 복구, 백업, 버전 업그레이드, 기존 PostgreSQL 도구와의 호환, 수년간의 보안 패치와 지원 인력을 본다. 성능표 다음에 필요한 것은 독립적으로 재현 가능한 벤치마크와 장기간 운영 사례다.
개발자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단계인가?
AkasicDB 1.0은 2026년 7월 정식 출시됐고, Python 클라이언트 1.0.0은 PyPI에 등록돼 있다. 공식 패키지는 Django, SQLAlchemy, Psycopg3 연동을 명시하고 Python 3.11 이상을 요구한다. 관계형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익숙한 PostgreSQL 생태계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도입 장벽을 낮춘다.
반면 공개 개발자 경험은 아직 초기다. PyPI 설명의 설치 예시는 별도 테스트 패키지 인덱스를 함께 사용하도록 안내하고 있고, 누구나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무료 클라우드 플랜이나 투명한 가격표, 공개 운영 상태 페이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지금 AkasicDB는 셀프서비스 개발자 DB라기보다 영업·데모·PoC를 거쳐 도입하는 엔터프라이즈 제품에 가깝다.
155억 원은 무엇을 의미하나?
더벨은 그래파이가 2026년 7월 시리즈A에서 155억 원을 확보했고 인재 채용과 사업 고도화에 자금을 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2024년 프리A에서는 위벤처스, 타임웍스인베스트먼트, 키움인베스트먼트, 쿼드벤처스가 30억 원을 투자했고 당시 누적 투자액은 36억 원으로 알려졌다.
두 보도를 단순 합산하면 공개된 누적 조달액은 약 191억 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신 라운드의 전체 투자자, 주식 종류, 기업가치, 최종 클로징 조건은 공개 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191억 원을 확정적으로 모두 보유한다”거나 특정 밸류에이션을 역산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155억 원은 국내 데이터베이스 엔진 스타트업이 연구 단계를 넘어 상용화 조직을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엔터프라이즈 DB는 제품만큼 기술지원, 보안 인증, 고객별 마이그레이션과 글로벌 영업에 돈이 든다. 이 자금이 연구자 수를 늘리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설치 기간을 줄이고 반복 가능한 판매 구조를 만드는 데 쓰이는지가 중요하다.
돈은 어디서 버는가?
가격표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제품 성격상 매출은 네 층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 DBMS 라이선스: CPU 코어, 노드, 데이터 규모 또는 연간 구독 기준의 기업용 라이선스
- PoC·구축: 사내 문서·관계형 데이터·지식그래프를 연결하고 질의를 설계하는 초기 프로젝트
- 유지보수·기술지원: 장애 대응, 업그레이드, 보안 패치와 성능 튜닝을 묶은 반복 매출
- 상위 솔루션: AkasicIN, AkasicON, AkasicAI처럼 수집·거버넌스·의사결정까지 확장한 데이터 플랫폼
초기에는 구축과 컨설팅 비중이 클 가능성이 높다. 고객별 데이터 모델을 사람이 오래 손봐야 한다면 매출은 늘어도 서비스 원가와 인력도 함께 증가한다. 반대로 공통 커넥터, 자동 스키마 매핑, 권한 관리와 관측 도구가 표준화되면 라이선스·유지보수의 반복 매출 비중을 높일 수 있다. 그래파이의 진짜 사업성은 DB 성능보다 두 번째 고객 설치가 첫 번째보다 얼마나 빨라지는가에서 드러날 것이다.
시장과 경쟁 구도: 경쟁자는 데이터베이스 하나가 아니다
가장 직접적인 경쟁자는 그래프 검색과 벡터 인덱스를 제공하는 Neo4j, PostgreSQL과 pgvector 조합, Pinecone·Weaviate·Milvus 같은 벡터 데이터베이스다. 기업은 새 DB를 도입하지 않고 기존 RDB와 검색 엔진을 연결하거나, 클라우드 사업자의 관리형 서비스를 조합할 수도 있다. 성능이 조금 낮더라도 이미 채용할 수 있는 개발자가 많고 운영 사례가 풍부한 스택이 구매 결정에서 유리하다.
더 넓게 보면 Palantir Foundry의 Ontology처럼 기업의 데이터·관계·업무 행동을 하나의 운영 계층으로 묶는 플랫폼도 경쟁군이다. 그래파이가 장기적으로 AkasicIN·DB·ON·AI 파이프라인 전체를 제공하려면 단순 DB 엔진을 넘어 데이터 통합, 거버넌스, 앱과 업무 실행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 순간 경쟁 상대도 오픈소스 DB에서 Palantir, Databricks, Snowflake와 대형 클라우드로 커진다.
그래파이의 해자는 어디에 생길까?
첫 번째 후보는 KAIST 연구진이 축적한 그래프·관계형 통합 질의 최적화다. 데이터가 커질수록 어떤 연산을 먼저 실행하느냐가 중간 결과의 크기와 비용을 크게 바꾸기 때문에, 실행 엔진의 노하우는 쉽게 복제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국방·제조·금융처럼 외부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보내기 어려운 한국 기업의 온프레미스 요구를 이해하는 현장 경험이다.
하지만 기술만으로 영구적인 해자가 되지는 않는다. PostgreSQL 확장 생태계와 글로벌 DB 회사도 벡터·그래프·SQL 기능을 빠르게 합칠 수 있다. 그래파이가 방어력을 가지려면 고객의 데이터 모델과 운영 규칙이 AkasicDB 위에서 계속 누적되고, 업그레이드와 새 AI 에이전트 도입이 쉬워져 다른 제품으로 옮길 이유가 줄어들어야 한다. 락인만 강한 제품이 아니라 사용 가치가 함께 복리로 커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 밸류에이션은 말이 되는가?
기업가치가 공개되지 않아 숫자 자체를 평가할 수는 없다. 대신 투자 논리는 읽을 수 있다. 기업용 생성형 AI가 실험에서 운영으로 넘어가면 정확성, 권한, 데이터 최신성과 비용이 중요해지고, 이 문제를 담당하는 데이터 계층의 가치가 커진다는 판단이다. 그래파이는 대형 모델을 직접 학습하지 않으면서도 여러 모델과 에이전트가 공통으로 쓰는 인프라를 노린다.
반대편에는 강한 할인 요인이 있다. 공개된 유료 고객과 매출이 없고, 제품 1.0 출시 직후이며, 글로벌 DB 시장은 오픈소스와 대형 플랫폼의 경쟁이 극심하다. 현재 단계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려면 벤치마크가 아니라 세 가지 숫자가 필요하다. 첫째, PoC가 유료 운영 계약으로 전환되는 비율. 둘째, 고객 한 곳을 설치하는 기간과 인력. 셋째, 1년 뒤 갱신과 확장 매출이다.
가장 큰 리스크는 “좋은 기술, 무거운 구축”이다
첫 번째 리스크는 고객별 데이터 정리 비용이다. 그래프 구조와 온톨로지는 기업마다 다르고, 오래된 시스템의 데이터 품질도 제각각이다. 통합 DB가 빨라도 입력 데이터와 관계 정의를 사람이 몇 달씩 정리해야 한다면 도입 속도는 느려지고 SI 비중이 커진다.
두 번째는 벤치마크의 외삽이다. 최대 78% 정확도 향상, 4.3~10.6배 처리 성능은 조건을 명시하지 않으면 독자가 실제 업무 효과로 오해하기 쉽다. 질의 유형, 데이터 크기, 하드웨어, 비교 제품과 정확도 기준을 공개하고 외부가 재현할 수 있어야 영업 자료를 넘어선다.
세 번째는 플랫폼 경쟁이다. Neo4j와 PostgreSQL 생태계가 기능 격차를 좁히고, AWS·Microsoft·Google이 관리형 그래프와 벡터 검색을 기존 고객에게 묶어 팔면 신생 DB의 독립 영업은 어려워진다. 마지막으로 김민수 대표가 KAIST 교수와 CEO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만큼, 상용 조직의 의사결정과 고객지원 체계를 어떻게 확장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개인적 판단: 그래파이는 AI 회사보다 DB 회사로 평가해야 한다
그래파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문제 정의가 유행어보다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기업 AI의 환각을 프롬프트만으로 고치려 하지 않고, 어떤 근거를 어떤 순서로 찾아 모델에 줄 것인지 데이터 엔진에서 해결한다. KAIST 연구, SIGMOD 데모, 실제 Python SDK와 1.0 제품까지 이어진 흐름도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 중 보기 드물게 선명하다.
다만 “팔란티어 같은 회사”라는 목표를 지금의 가치로 당겨와서는 안 된다. Palantir의 강점은 DB 기능 하나가 아니라 수년간 쌓인 산업별 데이터 모델, 보안, 애플리케이션과 운영 현장이다. 그래파이는 이제 그 긴 상용화 과정의 첫 단계에 있다.
내 결론은 이렇다. 그래파이의 진짜 제품은 데이터베이스 세 개를 하나로 합친 기능표가 아니라, 기업의 복합 질문을 한 실행 계획으로 바꾸는 질의 엔진이다. 이 엔진이 반복 가능한 설치와 갱신 매출로 이어지면 한국에서 드문 글로벌 데이터 인프라 회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고객마다 긴 구축 프로젝트가 필요하고 성능 우위가 오픈소스에 빠르게 흡수되면, 뛰어난 연구 기술을 가진 전문 SI 회사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확인할 숫자
- 국방·제조·금융·통신 PoC 중 실제 유료 운영으로 전환된 고객 수
- 설치부터 첫 운영 질의까지 걸리는 기간과 투입 엔지니어 수
- AkasicDB 라이선스·유지보수 매출 비중과 고객별 확장 매출
- 공개 데이터셋에서 독립 재현된 정확도·지연시간·총소유비용
- 장애 복구 시간, 가용성, 대규모 동시 질의와 업그레이드 성공률
수치와 불확실성 메모
155억 원 시리즈A는 2026년 7월 보도 기준이며 투자자 전체, 기업가치와 세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약 191억 원의 누적 조달액은 2024년 당시 누적 36억 원과 최신 155억 원을 단순 합산한 추정치다. 최대 78% 정확도 향상, 4.3~10.6배 처리 성능, 4~280배 기반 기술 성능은 회사·KAIST 연구 환경에서 측정된 결과로 데이터셋과 비교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국방·제조·금융·통신 실증은 회사가 밝힌 산업 범주이며 고객명, 계약 규모, 운영 기간, 유료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공개 매출, ARR, 가격, 고객 유지율, 총마진과 손익 자료는 찾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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