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범용 챗봇 경쟁을 넘어 법률·회계·의료 같은 전문 업무로 들어가면서, 이제 중요한 것은 모델 크기보다 “어떤 데이터와 업무 흐름을 독점했는가”가 되고 있다. 워트인텔리전스는 이 변화가 특허 시장에서 어떻게 사업이 되는지 보여주는 한국 버티컬 AI 스타트업이다. 2026년 7월 165억 원 규모 시리즈B를 유치했고, 약 3,000개 기업·로펌·연구기관 고객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나선다. 특허 검색 SaaS로 시작한 회사가 IP 업무 전체를 다루는 AI 에이전트로 확장할 수 있는지가 지금 봐야 할 핵심이다.
이 회사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투자 금액이 커서가 아니다. 특허 데이터는 공개되어 있지만, 청구항의 문맥과 기술 분류, 여러 국가의 언어, 선행기술 판단을 실제 업무에 쓸 수 있게 정제하는 일은 어렵다. 워트인텔리전스는 2015년부터 이 좁고 깊은 영역에 데이터를 쌓아 왔다. 범용 LLM이 빠르게 평준화될수록 이런 도메인 데이터와 고객 워크플로가 오히려 더 비싸질 수 있다.
워트인텔리전스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워트인텔리전스(Wert Intelligence)는 2015년 윤정호 대표가 설립한 서울 기반 특허·지식재산(IP) AI 기업이다. 윤 대표는 한국 변리사와 미국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것으로 보도됐다. 기술만 아는 팀이 특허 시장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IP 실무의 병목에서 출발한 회사라는 점이 중요하다.
회사의 출발점은 2016년 출시한 AI 특허 검색 서비스 키워트(Keywert)다. 이후 제품은 검색을 넘어 분석과 문서 생성, 데이터 컨설팅으로 넓어졌다.
- 키워트: 글로벌 특허·소송·기술 데이터를 검색하고 분석하는 B2B SaaS
- 키워트 인사이트: 자연어 특허 검색, 기술 키워드 확장, 선행기술 조사와 문서 생성을 지원하는 AI 에이전트형 제품
- IP Data Intelligence: 기업별 특허 데이터 구축, 분류·가공, 기술·경쟁사 분석 컨설팅
- IP Expert AI: 고객 목적에 맞춘 특허 특화 모델과 RAG 시스템 구축·운영
- IP 킹콩·팻스푼: 특허 번역과 IP 교육 서비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워트인텔리전스는 “특허를 찾는 검색창”에서 “기업의 R&D와 IP 의사결정을 돕는 업무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전환이 성공하면 검색 도구보다 고객당 매출과 전환 비용이 높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가 될 수 있다.
왜 지금 특허 AI인가?
특허 업무는 AI가 효과를 내기 좋은 동시에, 범용 AI가 쉽게 들어오기 어려운 영역이다. 문서는 방대하고 반복 작업이 많지만, 검색 결과 하나를 놓치거나 잘못 요약했을 때의 법적·사업적 비용이 크다. 단순한 문장 생성보다 데이터 출처, 패밀리 특허 연결, 인용 관계, 권리 상태, 관할 국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WIPO의 최신 완결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특허 출원은 372만 5,000건으로 전년보다 4.9% 늘었다. 2025년 PCT 국제출원에서는 한국이 2만 5,016건으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특허 문서의 절대량이 계속 늘고 한국 기업의 해외 출원 비중이 커질수록, 사람이 불린 검색식을 만들고 수백 건을 직접 읽는 방식은 더 비싸진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검색 이후의 업무까지 확장했다. 이제 고객은 유사 특허 목록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선행기술조사보고서, 발명신고서, 기술 동향 보고서, 특허 명세서 초안까지 하나의 워크플로에서 만들고 싶어 한다. 워트인텔리전스가 노리는 시장은 검색 소프트웨어의 교체 수요와 전문직 업무 자동화가 겹치는 지점이다.
1억 7천만 건을 읽은 PlutoLM, 진짜 해자는 데이터다
2026년 투자 보도와 2025년 더벨 인터뷰에 따르면 워트인텔리전스의 자체 특허 LLM PlutoLM은 약 1억 7,000만 건의 글로벌 특허, 2,500억 개 특허 문장, 16억 장의 도면, 1억 5,000만 건의 가공 데이터를 활용했다. 회사는 창업 이후 축적한 특허 관련 키워드 데이터도 10억 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숫자는 범위를 구분해 읽어야 한다. 현재 회사의 IP Expert AI 소개 페이지에는 보유 특허 데이터 3억 건 이상, 특허 이미지 60억 장 이상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는 PlutoLM 학습에 실제 투입됐다고 보도된 데이터와 회사 전체가 보유·처리하는 데이터의 범위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중복 제거 기준, 국가별 커버리지, 최신 업데이트 주기, 모델 학습 세부 방식은 공개 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특허가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발명이 여러 국가에서 패밀리로 묶이고, 청구항과 설명서의 중요도가 다르며, 분류 코드와 인용 관계가 판단에 영향을 준다. 워트인텔리전스가 가진 해자는 LLM 파라미터 자체보다 데이터를 정제하는 규칙, 한국어·일본어 업무 문맥, 그리고 3,000개 고객을 지원하며 축적한 IP 워크플로 이해에 가까워 보인다.
제품 성능 수치는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키워트 인사이트 공식 페이지는 177건의 대표 특허 테스트셋에서 검색 상위 100개 내 정답 탐지율 84%를 기록했다고 주장한다. 같은 페이지에는 글로벌 P사 76%, ChatGPT-o3 32%, DeepSeek-R1 9%라는 비교 수치도 제시돼 있다. 평가 데이터는 한국 특허청 30%, 미국 특허청 70% 비중이며 심사관 인용과 패밀리 확장을 정답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이 수치는 제품 방향을 이해하는 참고 자료로는 유용하지만, 회사가 설계하고 공개한 벤치마크다. 전체 테스트셋, 비교 제품의 설정, 쿼리 방식, 독립 재현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2~3배 정확하다”고 일반화하면 안 된다. 실제 구매자는 자사 기술 분야의 과거 선행기술 조사 결과로 별도 검증해야 한다.
보안도 주요 판매 포인트다. 회사는 ISO 27001과 ISO 27017 인증, 워크스페이스별 데이터 분리, 검색·프로젝트 데이터의 AI 학습 미사용을 내세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발명 아이디어와 R&D 전략을 다루는 제품에서는 생성 품질만큼 중요한 조건이다.
투자 유치와 성장: 30억 원에서 165억 원으로
워트인텔리전스는 2024년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에서 30억 원의 첫 기관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어 2026년 7월 알토스벤처스가 주도하고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한 165억 원(보도 환산 약 1,080만 달러) 규모 시리즈B를 마쳤다.
약 2년 만에 라운드 규모가 5배 이상 커졌다는 점도 눈에 띄지만, 더 중요한 숫자는 고객이다. 회사와 복수 보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IP센터, R&D 조직, 특허법인, 연구기관, 공공기관 등 약 3,000곳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더벨은 회사가 안정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며 성장했다고 보도했지만, 매출액·ARR·성장률·영업이익 절대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라운드의 밸류에이션도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투자금만으로 기업가치를 역산하거나 유니콘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확인 가능한 것은 이미 제품과 고객 기반이 있는 부트스트랩형 SaaS가 외부 자본을 받아 글로벌 확장 단계로 넘어갔다는 사실이다.
돈은 어디서 버는가?
워트인텔리전스의 수익 구조는 크게 구독과 기업 계약으로 나뉜다. 키워트와 키워트 인사이트는 사용자 수와 기능에 따라 과금하는 SaaS이고, 데이터 구축·맞춤 모델·컨설팅은 프로젝트 또는 장기 계약형 매출로 보인다.
2026년 7월 확인한 키워트 인사이트 공개 페이지에는 할인 적용 기준으로 라이트가 1인당 월 8만 2,500원, 프로가 월 33만 2,500원으로 표시되어 있다. 부가세는 별도다. 15명 이상 엔터프라이즈 플랜은 맞춤 가격이며 SAML SSO, 접속 IP 관리, 감사 로그, 전담 계정 관리자 같은 기능을 포함한다. 공개 가격은 프로모션과 결제 주기에 따라 바뀔 수 있다.
- 개인·소규모 팀 구독: 자연어 특허 검색, 분석 결과 생성, 프로젝트 저장에 월 구독료를 받는다.
- 엔터프라이즈 좌석 계약: 대기업 IP·R&D 조직에 보안과 협업 기능을 묶어 판매한다.
- 데이터·AI 구축: 고객사 전용 특허 데이터셋, 분류 모델, RAG·sLLM을 구축하고 유지보수한다.
- 주변 서비스: 특허 번역, 교육, 데이터 분석 컨설팅으로 지갑 점유율을 넓힌다.
좋은 점은 검색 사용량이 문서 생성과 협업으로 이어질수록 업셀링 경로가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반대로 맞춤 구축 매출 비중이 너무 크면 SaaS의 높은 반복성과 마진이 약해질 수 있다. 현재 공개 자료로는 구독과 프로젝트 매출의 비중, 유료 좌석 수, 고객 유지율을 알 수 없다.
경쟁자는 해외 IP 데이터 강자와 범용 AI다
워트인텔리전스가 싸우는 시장에는 오래된 글로벌 강자가 있다. Clarivate의 Derwent Innovation, Questel의 Orbit Intelligence, Anaqua 계열 제품은 대기업 IP팀과 특허 전문가의 기존 업무에 깊이 들어가 있다. 무료 영역에서는 Google Patents와 Lens.org가 있고, 생성형 AI 시대에는 범용 LLM과 신생 특허 AI 도구도 동시에 경쟁한다.
특히 Clarivate는 Derwent Innovation에서 106개 관할의 서지 데이터, 76개 관할의 전문, 1억 6,100만 건 이상 특허 공개자료, 6,700만 개 이상 발명 패밀리 요약을 제공한다고 밝힌다. 자체 AI 검색도 이미 출시했다. 즉 워트인텔리전스가 “AI를 붙인 특허 검색”만으로 글로벌 시장을 이기기는 어렵다.
워트인텔리전스의 현실적인 차별점은 세 가지다.
- 한국어와 아시아 업무 적합성: 국내 기업의 검색 습관, 보고서 형식, 특허법인 워크플로를 오래 축적했다.
- 검색 이후의 자동화: 자연어 검색에서 끝나지 않고 분류·보고서·명세서·협업으로 연결한다.
- 고객 데이터 기반 맞춤화: 범용 SaaS와 별도로 기업 전용 데이터와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이 강점이 그대로 통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일본과 미국 고객은 현지 언어, 특허법, 데이터 라이선스, 기존 시스템 연동을 요구한다. 3,000개 국내 고객은 좋은 출발점이지만 해외 유통과 브랜드 신뢰까지 자동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일본 진출이 첫 번째 시험대다
워트인텔리전스는 2025년부터 영문 글로벌 서비스와 일본 시장 진출 계획을 공개했다. 2026년 시리즈B 역시 해외 확장을 위한 자금 성격이 강하다. 일본은 출원 규모가 크고 제조업·소재·부품 기업의 IP 업무가 발달해 있어 한국 스타트업이 검증하기 좋은 시장이다.
동시에 만만한 시장은 아니다. 일본어 특허는 기술 용어와 번역 품질이 중요하고 현지 기업은 장기간 검증된 공급자를 선호한다. 단순 온라인 가입자보다 현지 파트너, 특허법인, 대기업 R&D 조직을 통한 엔터프라이즈 영업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투자금이 제품 개발보다 해외 영업과 고객 성공 조직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는지가 중요하다.
이 밸류에이션은 말이 되는가?
공개 밸류에이션이 없기 때문에 숫자로 싸다거나 비싸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대신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은 비교적 명확하다.
- 3,000개 고객이 단순 계정 수가 아니라 높은 갱신률과 좌석 확대로 이어지는가
- 키워트 인사이트가 기존 검색 제품의 부가 기능이 아니라 별도 예산을 받는 핵심 업무 시스템이 되는가
- 맞춤 구축보다 반복 가능한 SaaS 매출이 더 빠르게 성장하는가
-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고객 매출이 국내 고객 성공 사례를 재현하는가
- 데이터 정확도와 보안이 범용 LLM 대비 지속적인 우위를 만드는가
개인적으로는 워트인텔리전스가 일반적인 초기 AI 스타트업보다 평가하기 쉬운 편이라고 본다. 이미 제품, 공개 가격, 10년의 운영 이력, 수천 개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매출과 유지율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165억 원 투자만 보고 가치 상승을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다음 라운드의 핵심 숫자는 모델 파라미터가 아니라 해외 ARR과 엔터프라이즈 갱신률이어야 한다.
가장 큰 리스크는 ‘정확해야 하는 AI’라는 점이다
특허 AI는 틀려도 그럴듯한 답을 주는 순간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선행기술을 놓치면 출원 전략과 소송 리스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존재하지 않는 근거를 생성하면 전문가가 다시 처음부터 검증해야 한다. AI가 시간을 절약하는 만큼 검증 비용도 함께 줄여야 진짜 제품 가치가 생긴다.
법적 책임의 경계도 중요하다. 키워트 인사이트는 특허명세서 작성 기능을 변리사 자격 사용자에게만 제공한다고 안내한다. AI가 전문가를 대체하기보다 조사와 초안을 돕는 도구로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 결국 높은 정확도, 근거 추적, 감사 로그, 휴먼 인 더 루프가 제품의 핵심이 된다.
사업 리스크로는 해외 강자의 반격, 일본 진출 비용, 고객 집중도, 맞춤형 프로젝트 의존 가능성이 있다. 회사가 제시한 84% 탐지율도 독립 검증이 필요하다. 매출, ARR, 순매출 유지율, 고객당 계약 금액, 해외 매출 비중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개인적 판단: 한국 버티컬 AI의 교과서에 가까운 회사
워트인텔리전스는 “한국도 자체 LLM을 만들어야 한다”는 큰 구호보다 훨씬 구체적인 답을 보여준다. 하나의 전문 영역을 10년간 파고들고, 데이터와 고객을 먼저 확보한 뒤 생성형 AI를 기존 업무 흐름에 붙였다. 범용 모델이 좋아져도 특허 데이터의 정제, 권리 상태 연결, 기업별 보안과 보고서 형식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내가 보는 핵심은 이 회사가 특허 검색 시장을 빼앗을 수 있느냐보다, 기업의 기술 의사결정 시스템이 될 수 있느냐다. 검색은 시작점일 뿐이다. 발명 아이디어가 들어오고, 선행기술을 찾고, 경쟁사 포트폴리오를 분석하고, 출원과 R&D 방향을 정하는 과정 전체가 키워트 안에서 이어진다면 고객의 전환 비용은 크게 높아진다.
반대로 해외에서 검색 정확도와 현지 워크플로를 증명하지 못하면 국내 특화 솔루션에 머물 수 있다. 165억 원 시리즈B는 결과가 아니라 이 가설을 시험할 자금이다. 앞으로 확인할 숫자는 일본 유료 고객 수, 해외 매출 비중, 키워트 인사이트의 유료 전환율, 그리고 공개 벤치마크의 독립 재현 여부다.
한눈에 보는 워트인텔리전스
- 설립: 2015년
- 핵심 제품: 키워트, 키워트 인사이트, IP Data Intelligence, IP Expert AI
- 최근 투자: 2026년 7월 165억 원 시리즈B
- 고객: 회사·보도 기준 약 3,000개 기업·법인·기관
- 핵심 데이터: PlutoLM 학습 기준 약 1억 7,000만 건 글로벌 특허(보도 기준)
- 공개되지 않은 정보: 밸류에이션, 매출·ARR, 유지율, 해외 매출, 고객 집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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