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의 탄소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으로 지속가능항공유(SAF)가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부족한 것은 연료를 만들 원료다. 그린다는 이 병목을 거대한 정유 설비가 아니라 치킨집과 식품공장에서 버려지던 튀김 부스러기에서 푼다. 2026년 상반기 매출 89억 원, 전국 약 2,500개 수거처, 누적 투자 72억 원이라는 숫자는 이 아이디어가 실험실을 넘어 공급망 사업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지금 그린다를 봐야 하는 이유는 기후테크의 승부가 좋은 기술만이 아니라 폐기물을 안정적으로 모으고, 같은 품질로 가공하고, 인증된 원료로 납품하는 운영 능력에서 갈리기 때문이다.
한눈에 보는 그린다
- 설립·대표: 2022년 설립, 황규용 대표. 충북 증평에 생산 거점을 둔 국내 자원순환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다.
- 핵심 제품: 튀김 부스러기에서 유분을 회수·정제한 SAF·바이오연료 원료. 수거, 전처리, 품질관리, 공급까지 직접 연결한다.
- 현재 트랙션: 회사 및 2026년 7월 보도 기준 전국 약 2,500개 수거처, 2026년 상반기 매출 89억 원, 전년 동기 대비 약 10배 성장. 2025년 보도 기준 연 1만 톤 이상 생산 가능한 설비를 보유했다.
- 최근 투자: 2026년 7월 Pre-A2 투자 유치. GS벤처스·D3쥬빌리파트너스·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 기존 투자자와 롯데벤처스·BNK벤처투자·IBK기업은행 등이 참여했으며 누적 투자액은 72억 원이다.
- 기업가치: 최신 라운드 투자액, 지분 조건, 프리머니·포스트머니 기업가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 핵심 비공개 지표: 영업이익과 현금흐름, 실제 공장 가동률, 고객별 공급량, 회수 물류비, 정유사 계약 단가·기간, 해외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다.
왜 지금 그린다가 주목받는가?
SAF 수요는 자발적인 친환경 캠페인보다 규제로 먼저 만들어지고 있다. EU의 ReFuelEU Aviation은 EU 공항에 공급되는 항공유의 SAF 비중을 2025년 2%에서 2050년 70%까지 높이도록 정했다. SAF를 만드는 기술만큼 폐식용유와 각종 잔재물 같은 인증 가능한 원료의 확보가 중요해진 이유다.
그린다는 2026년 7월 Pre-A2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액 72억 원을 기록했다. 더 눈에 띄는 숫자는 자금 조달보다 매출이다. 회사가 언론을 통해 공개한 2026년 상반기 매출은 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0배 늘었고, 수거처는 6월 약 2,300곳에서 7월 약 2,500곳으로 확대됐다.
다만 이 수치는 감사보고서가 아니라 회사 발표를 인용한 보도 기준이다. 매출 성장과 실제 현금 창출은 다를 수 있으며, 원료 재고와 운송·저장 비용이 큰 사업에서는 매출채권과 운전자본도 함께 봐야 한다.
그린다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가?
그린다가 파는 것은 완성된 항공유가 아니다. 음식점, 치킨 프랜차이즈, 식품공장, 공공기관에서 나오는 튀김 부스러기를 모아 유분을 추출하고, 정유사가 SAF나 바이오연료를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는 원료로 가공해 공급한다.
사업 흐름은 네 단계로 볼 수 있다.
- 수거: 전용 용기와 자체 물류 관리 체계로 분산된 폐기물을 모은다.
- 집하: 김포·부산·전라의 직영 집하장에서 물량을 묶어 증평 공장으로 운송한다.
- 추출·정제: 저온 다단 침강 공법으로 유분을 회수하고 수분·불순물·산가를 낮춘다.
- 검사·납품: 정유사 품질 기준에 맞춰 오일 또는 SAF 원료로 공급한다.
이 구조에서 공장은 절반의 제품일 뿐이다. 나머지 절반은 수천 곳의 배출처를 묶는 역물류 네트워크와 원료의 이력을 증명하는 인증 체계다.
튀김 부스러기가 왜 항공유 원료가 되는가?
튀김 부스러기는 음식물 폐기물처럼 보이지만 상당한 양의 기름을 머금고 있다. 그린다는 회사 인터뷰에서 자체 첨가제를 활용한 저온 다단 침강 방식으로 투입 중량의 약 40%를 폐식용유로 회수한다고 설명했다. 추출한 오일은 곧바로 비행기에 넣는 연료가 아니라 정유 공정으로 보내지는 공급 원료다.
기술의 핵심은 단순히 기름을 짜는 것이 아니라 정유사가 요구하는 일관된 품질을 맞추는 데 있다. 회사는 약 60개 납품 기준을 충족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항목별 시험 성적과 장기 납품 불량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40% 수율과 품질 성과는 현재로서는 회사 설명에 기반한 수치로 봐야 한다.
기름을 뺀 뒤 남는 슬러지도 중요하다. 그린다는 이를 생분해성 비닐 원료 등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잔재물까지 유료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폐기 비용을 낮추고 투입 원료 한 단위당 매출을 늘릴 수 있다. 반대로 안정적인 판로가 없다면 슬러지는 다시 처리 비용이 된다.
돈은 어디서 버는가?
현재 확인 가능한 주된 수익원은 추출·정제한 오일 원료의 B2B 납품이다. 2026년 6월 대표 인터뷰에서 공개된 회사 설명을 기준으로 보면, 튀김 부스러기를 kg당 약 50원에 수거하고 투입량의 약 40%를 오일로 회수한다. 판매가는 일반 오일 원료 kg당 약 1,500~1,600원, 항공유용 원료는 약 1,600~2,000원으로 제시됐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튀김 부스러기 1kg에서 나오는 오일 매출은 약 600~800원이다. 원료 매입비 50원만 놓고 보면 매력적이지만, 여기서 수거 차량, 전용 용기, 집하장, 장거리 운송, 첨가제, 에너지, 품질 검사, 저장, 수율 손실, 폐기 비용을 모두 빼야 한다. 따라서 “원료가 싸다”와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그린다의 경제성을 좌우할 지표는 판매가보다 수거처당 월간 물량과 톤당 물류비일 가능성이 크다. 2,500개 거래처가 있어도 한 곳당 배출량이 작고 수거 동선이 흩어져 있으면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반대로 프랜차이즈 본사나 대형 식품공장과 묶음 계약을 늘리면 차량 한 대당 회수 밀도를 높여 단위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매출 89억 원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2025년 12월 보도는 그린다의 직전 연 매출을 약 3억 원, 당시 연 매출 증가율을 2,000% 이상으로 소개했다. 이어 2026년 상반기 매출 89억 원이 보도됐다. 기준 연도와 결산 수치가 외부 감사자료로 연결돼 있지 않아 정확한 연속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지만, 공급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연 1만 톤 이상 생산 가능한 설비가 실제로 어느 정도 가동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상반기 매출을 단순 연환산해 기업가치를 계산하는 것도 위험하다. 원료 가격, 제품 등급, 재고 인식, 계절성에 따라 매출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숫자는 매출 성장률보다 매출총이익률, 톤당 공헌이익, 공장 가동률, 수거처 유지율이다. 이 네 지표가 함께 좋아져야 그린다가 단순 원료 트레이더가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제조·물류 플랫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투자 유치와 밸류에이션
2026년 7월 Pre-A2에는 기존 투자자인 GS벤처스, D3쥬빌리파트너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씨엔티테크, AI엔젤클럽이 후속 참여했다. 롯데벤처스, BNK벤처투자, IBK기업은행이 새로 합류했고 누적 투자액은 72억 원이 됐다.
전략적 투자자와 금융 투자자가 함께 들어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GS와 롯데 계열 네트워크는 에너지·유통·물류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고, 은행·벤처캐피털 자금은 설비와 운전자본 확장에 보탬이 된다. 그러나 투자 참여가 곧 구매 계약이나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뜻하지는 않는다.
최신 라운드 금액과 기업가치가 공개되지 않아 매출 대비 밸류에이션 배수를 계산할 수 없다. 지금 단계에서 합리적인 평가는 “매출이 발생하는 초기 기후 인프라 기업” 정도다. 높은 멀티플을 받으려면 단순 유통 마진이 아니라 독점적인 수거망, 허가, 공정 수율, 인증 추적성에서 반복 가능한 우위를 증명해야 한다.
가장 큰 해자는 특허보다 수거망과 허가다
튀김 부스러기는 국내 폐기물 분류상 별도 코드가 명확하지 않았고, 그린다는 2024년 민간기업으로는 처음 음식물 폐기물 종합재활용업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한다. 이런 허가는 새 경쟁자가 설비만 구입해 바로 따라오기 어렵게 만든다.
또 하나의 장벽은 수거 밀도다. 폐자원 사업에서는 원료가 전국에 흩어져 있고 품질도 제각각이다. 그린다가 먼저 전용 용기, 회수 일정, 집하장, 배출처 데이터를 쌓으면 후발 업체가 같은 지역에서 경제적인 물량을 모으기 어려워질 수 있다.
ISCC EU와 ISCC CORSIA 인증도 단순 배지가 아니다. ICAO는 CORSIA 적격 연료 공급망의 생산자, 폐기물 발생지, 집하점, 혼합·거래 사업자까지 승인된 지속가능성 인증 체계 아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결국 해외 정유사에 원료를 팔려면 제품 품질뿐 아니라 “어디서 나온 폐기물이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가”를 증명해야 한다.
시장과 경쟁 구도: 원료를 먼저 잡는 회사가 유리하다
그린다의 경쟁자는 SAF 완제품 제조사만이 아니다. 기존 폐식용유 수거업체, 바이오디젤 원료상, 폐기물 처리회사, 정유사의 직접 조달 조직이 모두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시장이 커지면 튀김 부스러기의 매입 가격이 오르고, 지금의 싼 원료라는 장점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대형 정유사가 모든 소규모 배출처를 직접 관리하기는 어렵다. 수천 곳을 연결해 규격화한 원료로 넘겨주는 집하·정제 사업자는 공급망의 필수 중간층이 될 수 있다. 그린다가 노리는 자리는 연료 브랜드가 아니라 “인증된 폐자원 원료의 집산지”에 가깝다.
EU의 의무 혼합 비율은 2025년 2%에서 2050년 70%로 높아진다. 규제가 수요의 바닥을 만들어준다는 점은 기회지만, 장기적으로 전기 기반 합성항공유와 다른 폐기물 원료가 함께 확대되면 특정 원료의 프리미엄은 달라질 수 있다.
이 밸류에이션은 말이 되는가?
기업가치 자체가 비공개라 “싸다”거나 “비싸다”고 결론내릴 수 없다. 다만 어떤 조건에서 높은 가치가 정당화되는지는 판단할 수 있다.
- 정당화되는 경우: 수거처와 물량이 늘수록 톤당 물류비가 내려가고, 40% 안팎의 수율과 납품 품질이 유지되며, 장기 정유사 계약으로 판매가와 물량이 안정될 때.
- 정당화되기 어려운 경우: 매출 대부분이 낮은 마진의 원료 중개에서 나오고, 수거망 확대가 차량·인력·집하장 비용을 같은 속도로 늘리며, 원료 가격 상승을 판매가에 전가하지 못할 때.
결국 밸류에이션의 핵심은 SAF 시장 전망이 아니라 그린다의 톤당 공헌이익이 규모와 함께 좋아지는가다. 이 지표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빠른 매출 성장에 프리미엄을 주되, 소프트웨어 회사와 같은 배수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
핵심 리스크는 물류·품질·정책의 삼각형이다
- 물류 리스크: 수거처가 늘어도 배출 밀도가 낮으면 운송비가 매출 성장을 잠식할 수 있다.
- 품질 리스크: 음식점과 공장마다 원료 조성이 달라 수분·산가·불순물 편차가 생긴다. 한 번의 대형 품질 사고가 정유사 계약을 흔들 수 있다.
- 원료 가격 리스크: 경쟁자가 늘면 kg당 50원으로 제시된 수거 비용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 고객 집중 리스크: 실제 납품 정유사 수와 고객별 매출 비중이 비공개다. 소수 구매자 의존도가 높다면 협상력이 약하다.
- 정책 리스크: SAF 혼합 의무는 수요를 만들지만 인정 원료 기준, 보조금, 탄소 계산 방식이 바뀌면 경제성이 달라질 수 있다.
- 자본집약도: 집하장, 저장탱크, 공장, 차량, 재고에 계속 자금이 필요하다. 성장할수록 추가 증자나 차입이 필요할 수 있다.
개인적 판단: 기후테크의 본질은 운영이다
그린다의 이야기는 “폐기물을 항공유로 바꾼다”는 문장만 보면 멋진 업사이클링 사례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경쟁력은 지저분하고 분산된 원료를 매일 모아 정유사가 살 수 있는 규격으로 바꾸는 운영 시스템이다.
그린다의 진짜 제품은 항공유가 아니라, 버려지던 튀김 부스러기를 인증 가능한 산업 원료로 바꾸는 공급망이다. 2,500개 수거처와 상반기 매출 89억 원은 이 공급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아직 높은 확신을 주기에는 공개되지 않은 숫자가 많다. 영업이익, 공장 가동률, 톤당 물류비, 장기 납품 계약이 확인돼야 한다. 그럼에도 그린다는 국내 기후테크 중 드물게 규제 수요, 실제 공장, 구체적인 원료 경제성, 빠른 매출 성장을 한 프레임에서 분석할 수 있는 회사다.
앞으로 확인할 세 가지
- 수거처가 2,500곳을 넘어설 때 톤당 물류비와 매출총이익률이 실제로 개선되는가.
- 국내 대형 정유사 납품이 다년 계약과 최소 구매 물량으로 전환되는가.
- ISCC EU·CORSIA 인증을 활용한 해외 매출이 NDA와 샘플 공급을 넘어 반복 주문으로 이어지는가.
참고 자료
- 그린다 공식 홈페이지
- KDB NextRound – 그린다 기업·제품 소개
- 머니투데이 – Pre-A2 투자 및 2026년 상반기 실적
- 머니투데이 – 황규용 대표 인터뷰와 원료 경제성
- 이데일리 – 생산 설비와 매출 성장
- European Commission – ReFuelEU Aviation
- ICAO – CORSIA 인증 연료와 공급망 요건
불확실성 메모: 상반기 매출 89억 원, 약 2,500개 수거처, 40% 수율, 약 60개 정유사 품질 기준 충족, 원료·판매 단가, 최대 8배 수익성은 회사 발표 또는 대표 인터뷰를 인용한 보도 기준이며 독립적으로 재현된 수치가 아니다. 연 1만 톤 설비의 기준이 투입 원료인지 최종 원료 생산량인지, 현재 가동률이 얼마인지는 공개 자료만으로 명확하지 않다. 최신 라운드 금액과 기업가치, 영업이익, 현금흐름, 정유사별 계약 규모, 해외 매출, 탄소 감축량 검증 결과도 비공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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