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경쟁은 완성된 전기차보다 소재 공장에서 먼저 시작되고 있다. 솔리비스(Solivis)는 액체 전해질을 대신할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개발해 연 최대 42톤 규모 횡성 공장을 세웠고, 2026년 8월 230억 원 시리즈 C를 마무리했다. 중요한 것은 ‘꿈의 배터리’라는 수식어가 아니라 고객의 긴 승인 절차를 통과해 공장 가동률과 반복 매출을 만들 수 있느냐다. 누적 투자 652억 원이 들어간 지금, 솔리비스는 연구실의 전도도 숫자를 제조업의 수율·원가·납기로 바꿔야 하는 단계에 서 있다.
한눈에 보는 솔리비스(Solivis)
- 설립·대표: 2020년 설립. 신동욱 대표는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로, 회사 공식 소개 기준 전고체전지·고체전해질을 20년 이상 연구했다.
- 핵심 제품: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분말과 고객 요구에 맞춘 입도·조성·이온전도도 설계, 전고체전지 셀 평가·공동개발.
- 현재 트랙션: 강원도 횡성 제1공장 준공과 초도 물량 출하. 공칭 연 최대 생산능력은 42톤이며, 대표 인터뷰에서 현실적인 램프업 후 운영능력은 약 30톤으로 제시됐다. 국내 기업과 일본계 자동차 기업 공급 계획이 보도됐지만 고객명·확정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 최근 투자: 2026년 8월 오픈워터인베스트먼트와 슬기자산운용 등이 참여한 230억 원 규모 시리즈 C. 보도 기준 누적 투자액은 652억 원이다.
- 기업가치: 최신 라운드의 투자 전·후 기업가치, 주당 가격과 지분 희석은 공개되지 않았다. 652억 원은 누적 투자금이지 기업가치가 아니다.
- 핵심 비공개 지표: 감사 매출·매출총이익, 고객별 승인 단계, 확정 수주잔고, 실제 가동률·수율, kg당 평균판매가격, 원재료 비중, 고객 집중도와 월별 현금 소진액.
솔리비스는 배터리가 아니라 ‘이온이 지나는 고체’를 판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이 움직이도록 액체 전해질을 쓴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 역할을 고체가 맡는다. 솔리비스는 완성 셀이나 전기차를 직접 만드는 회사라기보다, 셀 성능과 제조 난도를 좌우하는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소재 공급사에 가깝다.
황화물계는 높은 이온전도도와 가공성을 장점으로 꼽지만 수분에 민감하고 전극과의 계면 안정성, 대량생산에서의 균일도와 비용을 풀어야 한다. 솔리비스의 승부수는 3세대 습식 합성 공정이다. 회사는 건식 방식보다 균일한 품질, 짧은 합성 시간과 확장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같은 조성·입도·측정 온도에서 독립적으로 비교한 양산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솔리비스 공식 고체전해질 제품 페이지
이온전도도·입자 크기와 분말 구조를 먼저 확인하기
공식 페이지에는 현재 이온전도도, 전기전도도, 입자크기(D50), 입도분포와 SEM 정보가 표시된다. 수치 자체보다 고객의 셀 조성·측정 온도·압력·양산 배치에서 같은 성능이 재현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왜 지금 주목받는가: 230억 원보다 42톤 공장이 중요하다
2026년 6월 회사 뉴스룸이 인용한 보도는 시리즈 C 210억 원과 누적 630억 원을 제시했다. 8월 최신 보도는 최종 라운드를 230억 원, 누적 투자를 652억 원으로 집계한다. 추가 참여로 약 20억 원이 늘어난 흐름으로 보이지만, 전체 투자자별 금액과 증권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자금의 목적은 기술 논문을 더 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솔리비스는 횡성 제1공장의 자동화와 안정화, 제품군 확대, 제2공장 준비와 글로벌 고객 대응에 투자할 계획이다. 황화물계 소재는 샘플을 만드는 것과 자동차용 품질을 수년간 같은 편차 안에서 생산하는 것이 완전히 다른 사업이다. 시리즈 C는 바로 이 제조 전환의 비용을 감당하는 자금이다.
시장 일정도 겹친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SolidStack’의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토요타와 이데미츠는 2027~2028년 전고체 배터리와 고체전해질 생산을 추진한다. 고객의 파일럿 라인이 양산 검증으로 넘어가는 2~3년이 소재 공급사에는 가장 중요한 자격시험 기간이다.
42톤 생산능력은 매출이 아니다
횡성 제1공장의 공칭 생산능력은 4조 3교대, 주 7일 가동을 전제로 연 최대 42톤이다. 신동욱 대표는 ZDNet Korea 인터뷰에서 램프업 이후 현실적인 운영능력을 약 30톤으로 내다봤다. 두 숫자의 차이는 제조 스타트업을 볼 때 설비 명목치보다 실제 가동시간, 수율과 정비 시간을 봐야 한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것은 생산량이 아니라 판매 가능한 합격품이다. 고객마다 요구하는 조성, 입도와 이온전도도가 다르고, 배치 간 편차가 셀 수명과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30톤을 만들어도 고객 승인을 통과한 비율이 낮거나 샘플 가격이 급락하면 설비는 매출총이익을 만들지 못한다.
회사는 2025년 말 국내 기업과 일본계 자동차 기업에 초도 물량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의미 있는 수요 신호지만 고객명, 발주량, kg당 가격, 반복 주문과 양산 프로그램 채택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출하’와 ‘자동차 양산 공급계약’ 사이에는 긴 품질 승인 과정이 남아 있다.
돈은 어디서 버는가?
- 개발용 샘플 판매: 배터리·자동차·소재 기업의 조성 평가와 셀 테스트에 고체전해질 분말을 공급한다. 단가는 높을 수 있지만 물량이 작고 주문이 프로젝트성이다.
- 고객 맞춤 공동개발: 입자 크기, 조성, 전도도와 공정 적합성을 고객 셀 설계에 맞춘다. 승인 가능성을 높이지만 연구 인력이 고객별로 묶일 수 있다.
- 파일럿·양산 소재 공급: 고객이 소재를 채택하면 kg 또는 톤 단위 장기 공급으로 넘어간다. 반복 매출의 핵심이지만 가격 인하, 품질보증과 납기 책임이 커진다.
- 셀 평가·응용 기술: 고체전해질을 적용한 전고체 셀 제조·평가 역량은 고객 개발 시간을 줄이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 별도 매출 규모와 계약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다.
가장 좋은 사업 구조는 샘플 판매로 고객을 확보하고, 공동개발을 거쳐 양산 소재 공급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반대로 매출이 계속 소량 샘플과 정부 과제에 머물면 공장 감가상각과 전문 인력 비용을 흡수하기 어렵다. 솔리비스의 핵심 전환율은 ‘샘플 고객 중 몇 곳이 연간 확정 물량을 계약했는가’다.
kg당 800만 원에서 3분의 1, 가격 하락은 기회일까?
신 대표는 2025년 11월 인터뷰에서 고객사 샘플 가격이 전년 kg당 약 800만 원에서 1년 사이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수치는 회사 인터뷰 기준이며 솔리비스의 실제 평균판매가격이나 매출을 뜻하지 않는다. 그래도 산업의 방향은 분명하다. 전고체 배터리가 자동차에 들어가려면 고체전해질 가격이 연구용 시약 수준에서 산업 소재 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
가격 하락은 시장을 키우지만 공급사에는 양날의 검이다. 생산량이 늘고 수율이 더 빠르게 개선되면 원가가 판매가격보다 빨리 내려가 마진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원재료인 황화리튬 가격과 공장 고정비가 충분히 낮아지기 전에 고객의 가격 인하 요구가 앞서면 매출이 늘어도 현금은 줄어든다.
따라서 솔리비스의 기술 우위는 최대 이온전도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같은 품질을 얼마나 적은 원재료, 짧은 사이클타임, 높은 수율과 낮은 드라이룸 비용으로 반복하느냐가 사업의 본질이다. 습식 합성 플랫폼의 가치는 결국 kg당 현금 원가에서 드러나야 한다.
경쟁자는 소재 스타트업만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은 이미 고객과 공급망을 묶는 단계에 들어갔다. 토요타와 이데미츠는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의 대량생산과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함께 추진한다. 미국 Solid Power는 BMW·삼성SDI·SK온과 개발 관계를 공개했고,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 고체전해질 성능·원가뿐 아니라 OEM 관계, 제조 자원과 고객 검증 속도를 경쟁 요인으로 적었다.
이 구조에서 솔리비스가 상대해야 할 것은 세 부류다. 고체전해질을 직접 만드는 글로벌 소재기업, 전해질을 내재화하려는 배터리 제조사, 그리고 산화물·고분자·반고체처럼 다른 기술 경로다. 고객이 셀 설계를 바꾸면 좋은 황화물계 소재를 갖고 있어도 목표 시장이 늦어질 수 있다.
솔리비스의 방어력은 100건 이상이라고 회사가 밝힌 특허 수 자체보다 공정 노하우, 배치 데이터와 고객 승인 이력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제조 조건은 특허만 읽어서는 복제하기 어렵고, 한번 자동차 프로그램에 승인된 소재는 변경 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아직 공개 고객명과 양산 채택 프로그램이 없어 이 방어력이 실제 계약으로 확인된 단계는 아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고객의 시간표’다
전고체 배터리 소재사는 스스로 시장 출시일을 정할 수 없다.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이 셀 설계를 확정하고, 수명·급속충전·안전·온도·압력 시험과 자동차 등급 인증을 통과해야 소재 물량이 커진다. 토요타·이데미츠와 삼성SDI의 2027년 목표는 수요 신호인 동시에 지연 가능성이 있는 계획이다.
미국 상장사 Solid Power도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 대량생산 시 성능·수율·원가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고, 고객과 상업 판매의 핵심 경제조건을 아직 합의하지 못한 위험을 적시했다. 이는 솔리비스의 내부 상황을 직접 말해주는 자료는 아니지만, 같은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업종이 공통으로 넘어야 할 사업 리스크를 보여준다.
솔리비스가 제2공장을 고객 계약보다 너무 빨리 지으면 유휴 설비와 감가상각이 현금을 압박한다. 너무 늦게 지으면 고객의 양산 일정에 물량을 맞추지 못한다. 그래서 다음 투자나 IPO보다 중요한 선행지표는 고객별 승인 단계와 최소구매물량이 붙은 장기 계약이다.
황화물계 소재의 안전 리스크도 봐야 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기반 배터리의 화재 위험을 낮출 잠재력이 있지만, 소재 제조 공정 자체가 무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황화물계 전해질은 수분 노출 시 황화수소가 발생할 수 있어 원료 취급, 건조 환경, 배기·검지와 작업자 안전 체계가 중요하다.
Solid Power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연차보고서에서 구성 물질이 수분에 노출되면 독성 황화수소가 생겨 직원 안전과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솔리비스 횡성 공장의 구체적인 사고 이력이나 안전 수준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소재를 양산하는 공장이라면 생산 수율만큼 공정 안전, 환경설비 가동률과 보험·비상 대응도 확인해야 한다.
이 밸류에이션은 말이 되는가?
최신 기업가치가 공개되지 않아 매출배수나 생산능력 대비 가치를 계산할 수 없다. 누적 투자 652억 원을 기업가치로 간주하거나, 공칭 42톤에 임의의 kg당 가격을 곱해 매출을 추정하는 방식도 위험하다. 샘플 가격과 양산 가격은 다르고, 고객 승인률·가동률·수율이 모두 비공개이기 때문이다.
높은 가치를 정당화하는 경로는 명확하다. 첫째, 제1공장의 실제 가동률과 합격품 수율이 올라가야 한다. 둘째, 익명 샘플 공급이 이름 있는 배터리·자동차 기업의 장기 계약으로 바뀌어야 한다. 셋째, 판매가격이 내려가도 습식 합성의 원가 우위로 매출총이익이 개선돼야 한다. 넷째, 제2공장 투자가 선행 계약과 연결돼야 한다.
반대로 고객 양산 일정이 밀리고, 주문이 소량 맞춤 샘플에 머물며, 가격 하락보다 원가 개선이 느리다면 이번 자금은 성장을 위한 자본이 아니라 공장을 유지하는 자본이 될 수 있다. 지금 단계에서 가치평가의 핵심은 시장 규모가 아니라 주문의 질이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숫자 일곱 가지
- 실제 출하량: 공칭 42톤이 아니라 분기별 생산량, 판매량과 재고.
- 가동률·수율: 고객 사양을 충족한 합격품 기준 가동률, 배치 간 편차와 재작업률.
- 고객 승인: 샘플 평가, 셀 검증, 자동차 등급 인증, 양산 채택 중 어느 단계에 몇 개 고객이 있는가.
- 가격과 원가: 개발용·파일럿·양산용 kg당 평균판매가격, 황화리튬 등 원재료비와 현금 제조원가.
- 계약의 질: 확정 수주잔고, 최소구매물량, 계약 기간, 가격 조정과 품질보증 조건.
- 현금흐름: 감사 매출·매출총이익, 설비투자, 운전자본과 월별 현금 소진액.
- 제2공장: 설계·발주·완공 일정, 총투자비, 목표 생산능력과 이를 뒷받침할 선행 고객 계약.
개인적 판단: 솔리비스의 제품은 분말이 아니라 ‘승인된 공정’이다
솔리비스가 흥미로운 이유는 전고체 배터리라는 큰 시장에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연구실에서 20년 넘게 다룬 소재를 연속공정 공장과 초도 출하까지 끌고 왔고, 고객별 물성을 맞추는 제조 플랫폼을 만들려 한다. 많은 딥테크 기업이 논문과 파일럿 사이에서 멈추는 것을 생각하면 42톤 설비는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배터리 소재의 진짜 제품은 한 봉지의 분말이 아니다. 고객 셀에서 성능이 재현되고, 수백 번의 배치에서도 편차가 관리되며, 자동차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수년의 공급을 견디는 승인된 공정이다. 특허와 최고 전도도보다 고객 변경이 어려운 공정 데이터가 더 강한 해자가 된다.
내 판단은 ‘상용화의 문 앞에 선 기술기업’보다 ‘상용화 비용을 본격적으로 떠안기 시작한 제조기업’에 가깝다. 230억 원 시리즈 C는 기술의 결승선이 아니라 공장 수율과 고객 승인 경쟁의 출발 총성이다. 앞으로 솔리비스를 평가할 숫자는 다음 투자금이 아니라 실제 출하량, 양산 고객 수와 kg당 매출총이익이다.
참고 자료
- 솔리비스 공식 기업 소개 — 설립 시점, 연구개발 인력 비중과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사업 방향
- 솔리비스 공식 제품 페이지 — 이온·전기전도도, 입자크기와 제품 분석 정보
- 이데일리 – 솔리비스 230억 원 시리즈 C — 최신 라운드 규모, 참여사, 누적 투자 652억 원과 자금 사용 방향
- ZDNet Korea – 횡성 공장과 고체전해질 양산 인터뷰 — 42톤 공칭·30톤 현실 CAPA, 가격 변화, 초도 공급과 제2공장 계획
- Toyota·Idemitsu 공식 발표 —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공급망과 2027~2028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
- Samsung SDI 공식 배터리 사업 페이지 —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과 2027년 양산 목표
- Solid Power 2025 Form 10-K — 황화물계 전해질의 대량생산·원가·고객 승인·공정 안전과 경쟁 리스크
작성 기준일: 2026년 8월 20일. 230억 원 시리즈 C와 누적 652억 원은 2026년 8월 이데일리 보도 기준이다. 회사 뉴스룸이 2026년 6월 인용한 210억 원·누적 630억 원은 최종 클로징 전 수치로 보이지만 투자자별 추가 납입과 증권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공칭 42톤, 현실 운영능력 약 30톤, 샘플 가격 변화, 국내 및 일본계 기업 공급 계획은 회사 대표 인터뷰 기준이며 감사된 생산·판매 실적이 아니다. 공식 제품 페이지는 현재 이온전도도 ‘< 11mS/cm’를 표시하고, 과거 인터뷰는 최대 12mS/cm를 언급한다. 조성·온도·압력·측정법이 공개되지 않아 직접 비교하지 않았다. 고객명, 양산 승인, 확정 수주, 매출, 손익, 수율, 평균판매가격, 제2공장 투자비와 기업가치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2027~2028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은 각 기업의 목표이며 지연될 수 있다.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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